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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느낀 욕창 관리의 현실

📑 목차

    요양보호사의 일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연약한 순간을 함께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욕창 관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노동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요양보호사로서 직접 경험한 욕창 관리의 현실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 그리고 환자와의 관계 속에서 얻은 교훈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느낀 욕창 관리의 현실


    현장에서 마주한 욕창의 현실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보면 욕창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와상(臥床) 상태의 어르신을 돌볼 때, 욕창은 항상 마음 한켠의 불안으로 남는다. 처음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욕창이 단순한 피부 손상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얼마나 깊고 아픈 상처인지,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의 질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문제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욕창은 장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을 때 혈액순환이 차단되며 생긴다. 압력이 집중된 부위의 세포가 죽어가면서, 피부 아래 조직이 썩는 것이다. 이 상처는 겉으로 보기엔 작아 보여도, 속은 훨씬 깊고 복잡하다. 엉덩이, 꼬리뼈, 발뒤꿈치 등 뼈가 돌출된 부위에 가장 많이 생기며, 그 상처에서 진물이 나거나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간병인도 큰 고통을 느낀다.

    요양보호사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이때다. 욕창은 한 번 생기면 회복이 느리고, 조금만 방심해도 금세 악화된다. 하루 세 번씩 체위를 바꿔드리고, 상처 부위를 닦고, 드레싱을 교체하며 신경을 곤두세워도 완전히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 요양시설이라면, 보호자와 요양보호사가 협력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력 부족, 시간 압박, 장비 부족 등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욕창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 많다.


    요양보호사의 고충과 책임감

    욕창 관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 요양보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어르신이 많을수록 개별 관리가 어렵고, 욕창 예방을 위한 체위 변경도 규칙적으로 하기 힘들다. 어떤 날은 식사 보조, 배설 케어, 목욕, 청소 등 기본 업무만 하다 보면 정작 욕창 점검에 신경 쓸 여유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는 환자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의료진이 아닌 만큼 치료를 할 수는 없지만, 작은 변화를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따뜻하게 느껴지거나, 눌렀을 때 색이 돌아오지 않으면 욕창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알아채고 즉시 보고하는 것, 그것이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이자 책임감이다.

    하지만 책임감이 큰 만큼 감정적 부담도 크다. 어떤 어르신은 욕창의 통증 때문에 화를 내거나, 간병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아프게 해?”, “네가 관리를 잘못했지?”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억울하고 슬프지만, 그 고통이 환자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묵묵히 받아들인다. 욕창을 돌보는 일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이기도 하다.


    요양보호사로 하는 욕창 예방을 위한 작은 습관들

    욕창은 한 번 생기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요양보호사로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은 체위 변경이다. 보통 2시간마다 자세를 바꿔드리며, 엉덩이 아래나 발뒤꿈치에는 쿠션이나 에어매트를 사용해 압력을 분산시킨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환자에게 2시간 간격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어르신이 깨어 계실 때마다, 조금이라도 자세를 바꿔드리려 노력했다.

    또한 피부 청결 유지는 욕창 관리의 기본이다. 땀, 소변, 대변 등이 피부에 닿아 있으면 습도가 높아져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그래서 기저귀를 교체할 때마다 미지근한 물로 닦고, 완전히 건조시킨 후 보호 크림을 발라드린다. 간혹 보호자들이 “굳이 그렇게 자주 안 해도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한 번의 무심함이 욕창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영양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욕창은 단백질이 부족하면 잘 낫지 않는다. 그래서 식사량이 줄어드는 어르신에게는 두유나 요거트, 계란찜 같은 부드러운 단백질 식품을 챙겨드리며 회복을 돕는다. 환자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려면 결국 먹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것이 모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현실과 마음 : 욕창 관리 속에서 느낀 인간적인 순간들

    욕창 관리가 힘든 이유는 단지 육체적인 노동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존엄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닦아주고, 냄새 나는 진물을 제거하고, 고통을 참는 얼굴을 매일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인간의 깊은 따뜻함을 느낀다.

    어느 날, 심한 욕창으로 고생하던 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고 “고마워요, 미안해요”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녹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이자 위로였다. 돌보는 일은 때로 비참하고 외로울지라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연대감은 그 무엇보다 따뜻했다.

    또 다른 환자분은 욕창이 서서히 아물자 웃음을 되찾았다. 그 웃음을 보며 나는 단순히 상처를 관리한 것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함께 회복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창 관리란 결국 살아있음을 지키는 일이다. 피부의 상처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희망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요양 현장의 한계와 앞으로의 바람

    요양보호사로서 욕창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할수록, 제도적 지원의 부족함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인력 부족, 장비 부족,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해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소진되고 있다. 욕창 예방을 위한 전문 교육과 관리 도구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단순히 ‘돌봄 인력’이 아니라 ‘전문 요양관리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또한, 보호자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가족이 욕창의 위험성을 잘 모르고, 간병인을 탓하기만 한다. 그러나 욕창은 한 사람의 책임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 가족, 요양보호사, 의료진이 모두 협력할 때 비로소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나 역시 매일 현장에서 배우고 있다. 완벽한 욕창 관리란 존재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돌보는 마음만큼은 완벽할 수 있다. 환자의 몸을 닦을 때마다, 나는 내 마음도 함께 닦아낸다. 이 일이 고되고 때로는 외롭지만, 그 속에서 나는 인간의 본질적인 따뜻함을 느낀다.


    결론적으로, 욕창 관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돌봄이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환자의 몸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삶의 품위를 지켜주는 존재다. 욕창을 관리하며 배우는 것은 상처의 회복이 아니라 존엄의 회복이다. 나는 오늘도 어르신의 몸에 남은 상처를 닦으며, 내 마음의 상처도 함께 치유하고 있다.